벗님들이랑 이야기하다가
한 벗님이 팟캐스트에서 이 질문을 들었는데
너무 좋았다고, 울 샘들한테도 물어보고 싶었다고,
질문을 던졌다.
"자주 보는 영화가 뭐에요?"
아, 참 좋은 질문.
저마다의 이야기가 쏟아져나온다.
나는, 바닐라 스카이.
사랑하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상냥하게 웃으면서 내 이름을 불러주는 연인을
마지막으로 한번만 보고 싶은 마음이 들 때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찾아봤다.
깨어나고 싶지 않은 다정함이 떠올라 휘청일 때
몇 번이나 찾았다.
내 연인은
이제 어디에도 없다.
내 이름을 불러주는 그 상냥한 목소리는 이제 없고
나를 똑바로 바라보는 눈도 없다.
깨어서, 이제 현실을 살아가야 한다는 걸
주인공이 연인과 마주하는 (언제까지나 머물러있고 싶은) 장면을 보면서
가슴 서늘하게 깨닫는다.
이 달콤한 쪽이 비현실이라는 거.
주인공은
꿈에서 깨어나려고
빌딩 꼭대기에서 몸을 던지고
헉, 하는 호흡과 함께 눈을 뜬다.
"이제 꿈꾸고 싶지 않아요" 할 때도 울고,
나(주인공)를 바라보는 다정한 연인을 바라보면서 울고,
"그래서 널 잃었어. 미안해" 할 때도 울고,
이제는 없는 연인임을 깨닫고 현실을 살기로 선택하고
뒤돌아설 때 울고,
뛰어내릴 때 울고,
헉 하는 호흡으로 눈을 뜰 때도 운다.
샘들한테 이 얘기를 하면서도 울고
이 일기를 쓰면서도 운다 ^^
(일기도 썼으니까 이제 좀 덜 울겠지!
덜 울려고 쓰는 거다.
본격 작심 울보 탈출 포스팅!)
영화 끝부분을 다시 볼 때마다
나도 던진다.
없다. 이제 그런 건 없다.
돌아가고 싶고 다시 올 수 있는, 이런 건 없다.
잘 자고, 눈 뜨면, 이미 하루는 새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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