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한밤중의 방문객
솜사탕 연필
2016. 9. 24. 01:59
한밤중. 한시 반.
누군가 계단을 올라오는 발걸음 소리가 들려서
동물같은 감으로
방안의 불을 얼른 다 껐다.
아랫집 아저씨인가? 했더니
우리집을 찾아오는 아랫집 아저씨가 맞다.
문을 열어보라고 현관을 두드린다.
무서워서 소름이 좍 돋는다. 이 시간에?
불이 꺼있으니 곧 내려간다.
혹시 시끄럽다고 올라온건가?
작정하고 발을 쿵쿵 구른 것도 아니고
세탁기에 빨래 넣고,
가방 정리하느라 방 안에서 몇걸음 왔다갔다 한건데.
정말로 시끄러워서 그런거라면,
이 아파트가 아무리 오래됐어도
그 정도가 너무 요란해서 잠을 설칠 정도일까.
한밤중에 여자 혼자 사는 집에 찾아와서
문을 열어보라고 해야할 정도로 시끄러울까.
방이랑 부엌이랑은
물마시고 화장실 다녀오느라
평소에도 밤에 몇걸음 왔다갔다 한다.
그 때는 아무말 없다가
이젠 누가 사는지 알았다고
거리낌없이 찾아오는 것 같기도 하고.
아저씨가 올라올까봐 기척을 죽이느라
안그래도 집 밖이나 집 안이나 고양이처럼 딛고 다니고,
결정적으로, 올라오기 30분 전부터는 계속 스마트폰으로 일기쓰고 있었다.
그래서 나한테는 이 상황이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나 여기서 더 살아야 하는데.
아직 이사 갈 수 없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