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을 둘러싼 나의 집착 써보기.

집착인지는 모르겠으나 일단 떠오르는 생각을 써본다 +_+


1. 자리
강의 시간에 앞자리에 앉는다. 맨 앞 맨 오른쪽 자리를 가장 좋아한다. 눈이 마주치고 마이크 없는 목소리를 잘 들을 수 있는 거리에서 배우는 즐거움이 크다. 조금 뒤로 가서 선생님의 말소리가 작게 들리고 표정이 잘 안보이면 (난시에 고도근시) 덜 신난다.

2. 녹음
강의를 꼭 녹음한다. 녹음한 강의는 또 듣는다. 한마디 놓치는 것도 아깝다.

3. 지금 이 순간
덜 적고 더 듣는다. 마음 다해 지금 잘 들어서 지금 알고 싶다. 이 소리가 나를 통과하는 바람길을 열고 싶다. 소리가 내 안에 들어와 내 중심과 마주쳐서 새로운 것이 생겨나고 나가는 과정을 즐거워 할 수 있는 건, 바로 지금 이 순간.

4. 내 이야기
내가 하는 이야기의 90%가 "요새 이거 배우고 있는데, 선생님이 이렇게 얘기했...."

5. 도서관
낯선 동네 가면 근처 도서관부터 찾고, 들어갈 수 있으면 들어가본다. 차타고 이동할 때도 도서관 표지판이 가장 눈에 잘들어온다.

6. 책상
어디 놀러가면 책상과 책장과 책의 배치를 무심코 유심히 관찰하고 있다. 어떤 책이 꽂혀있는지, 책은 어떤 식으로 정리가 되어 있고, 최근에 읽는 책은 어느 쯤에 꽂혀있는지, 팔을 뻗어 책을 뽑기 쉬운 구조인지, 앉아서 뭔가 쓰기에 알맞은 높이인지, 떠오르는 걸 바로 써붙이기 좋은지, 관찰하고 있다;; 거기 앉아서 뭔가를 읽고 쓰는 그림도 그려본다.
책상에 애착하는 걸 알고 나서는, 정말 원하는 것은 눈에 보이는 형태의 책상이 아니라 책상에서 시작하고 마치는 활동이란 것도 알았다. 책펴서 읽고 수첩 펴서 적는 그 순간 그 자리가 책상이 되었다. 그래서 책상이 더 소중해졌다. 읽고 쓰고 정리하는 모든 활동을 할 수 있는 전용 운동장이 눈 앞에 있으면 덜 방황한다 ㅋ

7. 색연필과 젤리펜
한눈에 알아볼 수 있게 색으로 구분하는게 즐겁고 중요하다. 표를 그리고 결정타로 날아오는 중요단어에 표시하려고, 색색의 색연필과 젤리펜이 필통에서 늘 기다리고 있다. 젤리펜은 고등학교때부터 늘 쓰는 한가지만 쓰고 있다 +_+

8. 건강
건강하려는 이유, 잘 챙겨먹고 잘 움직이고 잘 자려고 애쓰는 이유는, 하고 싶은 공부를 할 수 있는 몸이 되려고. 몸이 피곤해서 수업시간에 졸거나 집중 잘 못한 날은, 너무 속상해서 집에서 혼자 울기도 한다 ㅋ


9. 긴장감
허리를 쭉 펴고 적을 준비를 하고 눈 크게 뜨고 선생님을 보고 이야기를 듣는 시간에 몸에 쫙 도는 긴장감이 좋다. 이야기 구조는 머리 속에서 착착 자리잡아 집이 지어진다. 어떤 문장과 어떤 단어는 마음을 울린다. 내 안에 새 샘물이 슬며시 차오른 기분이 들면 '이렇게 행복해도 되나' 하고 조금 두려워진다. 눈 깜빡하는 시간도 아깝다.


+

써놓고 보니 남이 모르게 하고 싶었던 집요함이 보인다 하하. 누구나 어딘가에는 집요할텐데, 나한테는 집요함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영역이 배움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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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 일요일에 엄마 아빠 신영이네 가족이 모두 과천에 온다. 나 어떻게 사는지 꼭 봐야한다고. 모일 생각하니까 벌써부터 웃음이 난다 푸하하. 노씨 일가 총출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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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스스로 충분할 만큼, 그냥 나로 상냥하면, 다른 사람은 과하게 느끼고 오해도 하는 것 같다. 건조할 만큼 무덤덤하게 말해도 평균 이상으로 상냥한 거다. 난 왜 이렇게 사람을 좋아하는가!

역량을 다 발휘하지 말고 한 70%만 상냥해야겠다. 손오공이 머리에 쓰는 금고아가 나한테도 있어서, '이 이상은 설레발이다!' 싶으면 쿡쿡 신호를 주면 좋을텐데. 상냥함을 아껴놨다가 정말로 상냥함이 필요한 곳에다가 쓰게. 상냥함이 어떤 다른 의도도 없이 그냥 나 자신인걸 알아주는 우정을 가꾸는데 쓰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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