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하고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서 불 켜기 직전이랑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바깥 날씨를 볼 때
눈 앞 풍경에 감탄한다.

밤에는 일렁일렁 항구 불빛이 보이고
아침에는 아침놀에 다홍색이 된 바다에
시선 30도 위로 아침달도 보인다.

과분한 집이다 싶어 어쩐지 숙연해진다.
열심히 살아야겠다, 가슴도 뻐근하다.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오늘은 일찍 자야지’ 와
용호쌍박의 다짐이지만 어쨌든

지구에 간신히 붙어사는 생명체 앞에 펼쳐지는
날마다 경이로운 풍경에
새 마음도 뾱 돋아나는 것이다.

+

어쩌다 여기까지 왔지?

남녀노소, 휴먼/비휴먼 가리지 않고
누군가에 무언가에 늘 반해있어서 그렇지.
눈 앞에 있는 좋아하는 것을 따라오다보니
여기 와 있다.

내가 있는 곳은 정확히
내가 반한 것들의 역사.


어떤 사람을 만났을 때는
내가 뭘 해도 이상한 사람이 되어버려서
지금 생각해도 얼굴이 따끈해지는 흑역사까지
닥닥 긁어서 한 몫 했다.

아무 것도 하찮지 않아.
반하지 않았으면 여기에 있는 나, 벗, 동료, 가족은
평행우주에나 존재하겠지.

계속 반해야겠다. (기승전 다짐)


+

오늘 회의했던 출판사 대표님이
나 책을 좀 써보시는 게 어떻겠느냐고 하셔서
(이런 거 일기에 꼭 써 두어야 한다.
불혹의 나이 짧은 인생에 몇 번 못 듣는 칭찬 줍줍)

“대표님께 책을 써보라는 말을 들은 것 자체가
노씨 가문의 영광이에요!
언젠가, 정말로 책을 쓸 수 있도록
지금부터라도 눈에 불을 켜고
이야기하고 싶어 못견디겠는 것들을 모아볼게요.
고맙습니다 ㅠㅠㅠㅠ”
했다.


+

뭔가 쓴다면 제목은 <아무튼, 짝사랑>.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지만 이미 전에 다 정해뒀다 :-D
정한 것만으로 과제를 다 마친 기분 :-D

하지만
우리 둘의 이야기는 우리 둘만 알고 있자고 한
어느 시절의 약속이
관계가 끝났어도 내 안에 살아있어서,

사랑을 한번 할 때마다
과거 현재 미래를 전부 새로 만나게 되는 것처럼
한번의 약속도
과거 현재 미래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허락하기로 했다.

그러니
둘만 아는 이야기는
기록으로 남기지 않을 거다.
오로지 내 기억에만 있는 내 것이다.

내가 하고 있는 사랑은 정확히
약속이 간직한 이야기들의 역사.

그러니 쓴다면,
보통 사랑이라 하는 것의 언저리 어디에
대충 한발 걸칠락 말락 해놓고
이런 것도 사랑이라고 하는 방식, 사랑이라 우기는 자세, 

같은 것이겠다 :-D

부제 : 프로 짝사랑러가 말하는 반함의 기술
요 정도 ㅋ


+

잘 반하고 잘 좋아하는 마음만큼은 자유라
내 세계는 이 순간도 낯선 것을 만나면서
나였던 경계를 한발짝 넘어가보고 있다.

녹아내리는 초콜렛을 품은 브라우니 쿠키같이
가운데에 꿀시럽이 들어있는 풍선껌같이
마음에 사랑을 쟁여놓은 달달한 사람으로 살겠다 ㅋ

계속, 열심히 반해야겠다.
(다시 기승전 다짐)



+


요새 아침저녁으로 반하는 것

두근두근 +_+


세련된 도시여성의 밤.


아침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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