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쁘나샘의 생활기를 보면
결혼생활에 아주 희망이 없는 것 같지는 않아서
고맙다.

쁘나샘이 시험치고 오는 동안
재현샘은 커텐 빨고, 집 정리하고 있었다고.
곰팡이세제 사다 화장실 청소하고, 같이 밥 해먹었다고.
친구랑 사는 것 같다고.
쁘나샘네를 보면 저런 게 사랑이고 가족이지 싶다.



독립한지 4년차가 된 지금도
예전 생활을 생각하면 숨이 막힌다.



한사람의 삶을 갈아 넣어 유지되는
겉핥기 평화가 얼마나 가겠나.

생활 공간을 정돈하는 것이 자기 일이라 생각하지 않는,
함께 생활하는 습관이 몸에 배지 않은,
함께 생활하는 사람의 상태에 무감각한 사람과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는 것의 힘듬은
시간이 지나도 흐려지지 않는다.

사회에서 암묵적으로 남녀의 성역할 구분을 한다 해도
그런 것을 의심하지 않고 당연하게 받아들여
결혼생활에 대한 생각도 거기서 그치는 것이
평범한 보통의 개인이라면,
이 사회에서 나는
평범한 보통의 제도안의 가족을 만들 수가 없겠다.

이 사회 기준으로 평범한 보통의 남자와 산다는 건
여자는 가시밭길을 울면서 맨발로 걸어야 하는 거라.

느슨한 우정으로 엮인 대안가족 형태도 좋고,
젠더감수성 높고 인권의식이 진화한 사람도 좋다.
벗들도 나도 진화한 사람과 삶을 함께하길 바라고
다른 가족의 형태를 실험하는 것도 방법이다.




어쨌든 끝난 일이고.

내 공간에서 내가 나를 배려하는
지금 삶의 형태가 행복하다.
벗들과 행복할 일만 남았다.
사쁘나샘과 재현샘의 행복을 마음다해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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