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경샘은 여자 개그맨같아요...
넘 재미있게 잘 들었어요..."

오늘 서지학개론 발표 마치고 동기님한테 들은 말.
이런 칭찬이! ㅠ_ㅠ 엄청 강렬하다. 
두고두고 떠올려야지 ㅋ


+


오늘 발표한 서지는 <연암선생 서간첩>이다. 

출간된 번역본은 "고추장 작은 단지를 보내니".

연암을 소개하고, 서간첩을 소개하고, 이 책의 의미와 의의를 이야기했다.


아마도, 얘기하는 내가 젤 신나고 재밌었을 듯;;; 연암식의 책읽기, 글쓰기, 길, 우정을 이야기하면서도 재미있었고. 책 속의 편지 하나를 발췌해서 읽으면서도 재미있었고. 연암의 인간적인 면모를 엿볼 수 있는 깨알같은 일화를 소개하면서도 재미있었다.


마치고 나니까 그저 홀가분할 줄 알았는데, 홀가분한만큼이나 아쉽다. 긴장해서 잊고 있던 부분이, 다 끝나고 박수소리와 함께 떠올랐다 ^^.


역사를 이야기할 때 치우치지 않고 더 균형감각을 가지고 이야기하고, 여유를 가지고 주변인물들도 더 잘 설명하고, 꼭 맞는 단어를 골라냈으면 좋았을텐데. 이미 준비하면서부터 점수는 상관없었다 ㅋ. 말할 수 있는 만큼이 내가 아는 만큼인걸 말하면서 알았다. 말을 하면서 그 이야기가 다시 내 몸에 새겨지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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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공작소 [시와 경전] 1강 수업의 키워드는 "유혐간택"이다.


지도무난 유혐간택
지극한 도는 어렵지 않음이요,
오직 간택을 꺼려할 뿐이니.

- 승찬대사 심신명 중에서. 맨 첫소절.


유혐간택은 간택을 하지 않는 것. 무지, 무욕, 무위의 상태. 생각문장을 미리 만들지 않는 상태. 인지하고 인식하고 판단하기를 택하지 않은 상태. 간택에서 희노애락이 나온다.


5초 5초... 더 작은 단위로 들여다보면, 바쁜 사람은 아무도 없다. 유기체 단위 말고 생각문장 단위로 보면, 쓸데없는 간택으로 망상을 채워넣어서 바쁜 것이라는.

유혐간택과 같은 말은 "고집멸도"에서 "집멸"부분이랑 "응무소주이생기심(어디에도 머물지 않을 때 생기가 생겨난다)".

바이런 케이티에 따르면 "사실은 어떤 것도 없습니다. 지금 나타나는 이야기만 있을 뿐입니다. 실은 그것조차 없습니다."

+

이게 어떻게 글쓰기와 연결되냐면, 마음이 맑은 유혐간택의 상태로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면서, 최고의 표현을 찾아내는 데 필요하다. 그렇게 선택한 그 단어로, 희노애락 전체가 뒤집어진다.

+

쓸데없는 간택이 망상을 낳고, 망상으로 시간을 채워넣어서 바쁜 것이라는 말에 화들짝 뜨끔했다. 유혐간택하면서 살아볼테다. 최고의 단어를 선택해서 희노애락 전체를 뒤집을테야. 아무것도 없지만 비어있지 않은, 경이로운 삶을 살아볼테다. 홧팅!

노래하지 않는 사람은 노래하는 행복이 어떤 것인지 상상할 수도 없다.


- "내 슬픈 창녀들의 추억" 중에서.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요새 틈틈히 노래하고 있다.

밥차리면서, 씻으면서, 옷입으면서,

아침에 학교가려고 버스타러 가는 길에,

저녁먹고 도서관에 책빌리러 가는 길에,

책빌리고 돌아오는 길에,

밤산책길에, 등등등

내 노래를 나만 들을 수 있을 때 부른다.


생각나는 대로 불러댄다.

그중에 유재하 노래가 많구나.

 

노래하니까 노래하는 행복을 알겠다.

살아있으면 노래할 수 있구나.

노래를 부르면서 '살아있구나' 한다.



일흔 여든 아흔 되어도 노래할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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