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만나고 친해질 때
처음의 시간이 있다.

마치 사랑에 빠진 것처럼 살짝 들뜨고,
궁금해하고, 공감하고, 묻고 듣고 웃고,
온 신경을 쏟으면서 만나는,
성실하고 짧고 강렬한 시간.
남녀노소 불문하고 한번은 꼭 거친다.


처음의 마음을 계속 붙잡고 있고 싶어도
앗 하는 사이에 사르르 넘어가버리니
때가 왔을 때 소중하게 감사하게 생각하고
충분히 푹 빠져있어야지.
했는데, 시골에 와서 그 생각이 달라졌다.
그 마음이 어디 가지 않는다.
사람도 어디 가지 않고 ㅋ



시골에서 사람을 만나면
언제나 "친해지는 처음"이다.
마음에서 마음으로 바로 들어가는 이야기를 한다.
인사 빈말 뜸들임 군더더기 없이 대화가 통째로 삶이다.
좋은 마음이 사라지지 않고 넘어가지도 않는다.
만나면 만날수록 편해지고 깊어진다.

너무 사람이 많아서 내사람 네사람 가려서 집중해야 하는 도시가 아니어서 그런가? 시골에서는 아주 드문 드문 사람을 만나서 그런가? 내가 있는 공동체 한사람 한사람, 언니들, 괴산 사람들이 다른 곳에서 만날 수 없는 특별한 사람이라 그런가? 여튼 달라서 신기하다. 온 몸으로 대화하고도 진이 빠지지 않는다.

나도 시골 알맹이 사람이면 좋겠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진실함과 순박함에 흠뻑 물들어서, 시골에 사는 사람 아니고 그냥 시골사람이면 좋겠다.


그래서
오래오래 마음 곁에 두고
먼 길도 한걸음에 달려가 만나고
공부와 풍류와 삶을 나눌 벗으로,
나를 탐내면 좋겠다.
친해지는 처음의 마음으로 서로 아끼면서.


여기까지 써놓고 난 다음에 내 마음같은 구절을 발견해서 덧붙임.

"...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의 모든 처음은 얼마나 무서운가. 첫 사랑, 첫 친구, 첫 스승, 첫 동료. 처음이라서 서툴고 두렵고 설레고 그래서 애틋한 그 무엇. 한 존재의 급진적 변화를 끌어내는 첫 바이러스들. 급류 같던 몇 군데 '첫' 인연을 통과하고 <글쓰기의 최전선> 동료들을 만나며 나는 믿게 됐다. 인간은 처음 인연에 매몰된 만큼 성장한다."
- 은유. 올드걸의 시집. 청어람미디어. p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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