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내 주제가. 세곡 중 하나.
두달 동안 입만 열면 이 노래다.

설거지 할 때도, 방 닦을 때도, 빨래 개킬때도, 어린이집 데려다주러 언덕 내려가면서도 불러대고 있다. 

한결이도 내가 시작하면 같이 부르고 ㅋ 

온유도 곰처럼 앉아 블럭 쌓으면서 "흐이여 간다~ 어디용가~" 흥얼흥얼.

 

 +

누가 이야기한 것 처럼, 어쩌면 나는 여기에서 발을 붙이고 - 내 손으로 아이를 키우고 남편과 벗님들과 함께 이 마을에서 오손도손 - 살기 위해, 자학에 가깝게 인문학의 가르침을 빌어 나를 눌러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노래를 부르는 동안 만큼은, 마음은 어디든 갈 수 있다는 위로를 받는다. 아직 방향을 정하지 않은 길 위에 있는 것 같아. 어디로 길을 낼까. 어떻게 살아야 하나.  

 

+

자기배려는 자기의 상처를 스스로 치유하는 과정이다. 그러려면 지금까지 살아왔던 자신과 전투를 해야 한다. 이 싸움은 회피할 수도 없고 타협할 수도 없다. 반드시 겪어내야 하는 싸움이다. 아프고 힘들다고 자신을 위로하는 달콤한 격려는 진정한 자기배려가 아니다. 그건 잠시 몸과 마음을 달래주는 카페인에 불과하다. 약발은 곧 떨어진다. 중독성이 있어서 은근히 의존하게 된다. 그러면 우리 몸에 체화된 습관은 다시 돌아온다. 신세 한탄으로 자신을 합리화하면서 끝없이 다른 사람을 선망하고 다른 이의 삶을 모방하려드는 무한궤도. 

‘영원한 남편’이라는 잣대를 버릴 수 없었던 빠벨은 자신을 해체하는 과정을 건너뛰었기 때문에 그 쳇바퀴를 빠져나오지 못했다. 자기배려는 내가 가진 척도가 틀렸다는 걸 인정하는 것이다. 틀린 척도를 고집하려는 자신과 끝장 싸움을 하고, 전혀 다른 자기가 되는 것이다. 나는 자신을 고요하게 들여다보며 성찰하는 시간으로 자기배려를 시작하려 한다. 자기와의 치열한 싸움 끝에 삶의 지반을 바꾸는 날 만나게 될 나, 상상만 해도 설레고 궁금한 얼굴이다.

- 박성옥, '영원한 남편'에게 아내보다 필요한 것.

http://gamidang.com/bbs/board.php?bo_table=0603&wr_id=225

 

 

+ 가사

실려 온다 바람에 실려 온다

어디서 날아와 마음을 훔치고 날아간다
그곳의 내음 가득 바람에 실린다

마음을 쓸어내고 흘러간다 어디론가
마음을 쓸어내고 흘러간다 어디론가

나지도 않은 길을 또 걸어간다 어디론가
정처 없이 헤매다 하늘을 바라본다

마음을 쓸어내고 흘러간다 어디론가
마음을 쓸어내고 흘러간다 어디론가
마음을 쓸어내고 흘러간다 어디론가
마음을 쓸어내고 흘러간다 어디론가

걸어간다 어디로 걸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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