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엔
토요일에 드로잉 수업을 다녀오고
내내 춘천에 있었다.

바닥이 따끈따끈하게 보일러를 틀어놓고
참치김치찌개를 한 솥 끓이고
밥도 한 솥 지어놓고
어디 안 나가고 집에서 뇸뇸뇸 퍼먹으면서 뒹굴었다.

기숙사에 기타 가져갈까 하다가
치면서 노래도 부르고,
사진 정리할까 하다가
몇년치 사진을 한장 한장 다시 열어봤다.

카메라가 무거워도 어디 갈 때 꼭 들고 다녀야겠다.
결국 선명하게 남는 건 dslr로 찍은 사진이네.


+


샘들이 나 미모의 전성기가 다시 오고 있다고 해서;;
대체 뭘 하면 미모의 전성기가 돌아오는 걸까,
축복같고 예언같은 그 말 덕분에
전성기를 불러올 만한 생활을 궁리해본다.

잘자고 잘먹고 잘씻고 잘 바르고 잘 치우고
주변 사람들이랑 사이좋게 잘 지내고
일에 능숙해지고
어딘가에 푹 빠지던가 누구를 좋아하던가 해서
좋아하고 있는 에너지가 넘치는 거?

지나가고 나서야 아는 전성기가 아니고 싶다.
내가 일상에서 소소하게 하는 모든 것이
전성기를 이루는 한 덩어리 덩어리가 되면 좋겠다.

부지런 떨어서 일일일팩 하겠다고 마스크팩 알아보고
샐러드 도시락도 배달시켰다.
기숙사에서 요리해먹기 힘들다고 저녁 대충 먹지 말고
좋은 거 잘먹고 속도 맑아져야지.


+


가계부도 쓰기 시작했다.
이불 속에 쏙 들어가서, 온수매트에 배 깔고 엎드려서.

지금 10월 말인데 1일 것부터 썼다.
한달치를 쓰려니 기억에 없는 것도 있는데
어디서 언제 누구랑 있을 때 뭐에 썼지?
하다보면 (이 나이에 놀랍게도) 앞뒤 상황이 다 기억난다.
가계부는 추억을 박제해두는 또 하나의 방법인 듯.

정신과 영수증, 이라는 책을
예전에 희상이가 생일 때 선물해줬다.
그 책은 영수증 하나하나에
지금 여기를 살아가는 이야기가 담겨있다는 걸 보게 해줬다.

가계부를 썼더니
와우북, 언리미티드에디션, 자라섬 재즈페스티벌, 등등
정신과 영수증의 한 페이지를 연 것처럼
소중한 이야기가 다시 밀려든다 :-D


+


자 이제 인천.
춘천에서 돌아왔다.
돌아오는 곳이 되었다.

내 일과 내 동료가 있는 곳.
매일 밤 발 닿는 구석구석 산책하고 있는 곳.
다시, 출근이 기다려지는 곳.
카메라를 들고 온 곳이 되었다.

어쩌면 밴드를 만들지도 모르는 곳이기도.
혹은 만들지는 못하더라도,
진심으로 이 사람들이랑 밴드하고 싶어서
말을 꺼내 본 (지금까지) 유일한 곳이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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