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퇴근하고 밥 얼른 먹고 산책하는 재미에 폭 빠졌다.
처음엔 공지천 공원까지였는데
의암댐, 소양강까지 야금야금 범위를 넓히고 있다.

하천 정도가 아니라 강을 끼고 있는 도시라 그런가
산책길 급이 다르다 +_+

가도 가도 길이 끝나지 않고 더 걸어갈 길이 있다.
이게 너무너무 좋다.
네시간 다섯시간 걸어도 막다른 길이 아니라
어디론가 계속 이어진다.

길이 끝나서가 아니라
내 시간이 끝나서 돌아설 수밖에 없는
끝없는 강변길이 너무 좋다.

주말에 자다가도 벌떡 일어난다.
‘주말은 날 밝을 때부터 오래 걸을 수 있는 날이지!
밝을 때부터 걷지 않으면
더 멀리 갈 수 있는데 못 가는 게 아까워’ 하면서
내가 걸어주기를, 발견해주기를 기다리는 길을 만나러
밥 든든하게 먹고 나선다.

밤에도 안심이다.
가로등이 잘 되어있어서 길이 환하다.

차도랑 멀어서도 조용하다.
음악을 제일 작은 볼륨으로 해도 잘 들려.

양쪽으로 나무가 심어져있는 구간도 너무 좋아.
느티나무 터널이 제일 좋고
이팝나무 터널도 너무 좋고
일부러 심지 않은 이름 모르는 나무들도 다 좋다.



의암스카이워크에서 송암스포츠타운 가는 길에 찍은
달이랑 샛별.
하늘색이 너무 예뻐서 멍.


공지천 공원에서 소양스카이워크 가는 길.
사진이 어둡네. 가로등 간격이 가까워서 엄청 환하다.
이 길은 흥얼흥얼 노래하기 좋다.
앞뒤로 사람 없는 거 확인하고
걍 불러제껴버림 ㅋ


공지천 공원 입구에 느티나무 터널.
낮에는 초록색이랑 그늘까지 다 예쁘고
밤에도 아늑해서 예쁘다.


공지천공원에서 송암스포츠타운 가는 길.
풍경만 봐도 속이 다 시원하다.
춘천 시민이 늘상 다니는 평범한 산책길의 위엄 :-D



한두시간은 기본이고
세시간은 걸어야 좀 걸은 것 같아.

바람은 살랑살랑,
마음은 간질간질,
그리운 것도 막막한 것도 무거운 것도
덩달아 가벼워진다.

일하고 밥먹고
별 중요하고 대단한 일이나 정해진 일정 없이
이렇게 걷는 데에 하루에 남은 시간을 다 쓰는
지금 이 생활, 꽤 괜찮다.

혼자가 아니라면 이런 시간은 엄두도 못 내겠지.
연인이랑 같이 산책하는 건 어쩌다 한번 낭만이지
날마다 후련하고 노곤해지는 경지에는 못 미치겠지.
그러고 보면 나 몹시 잘 지내고 있다 ㅋ

붕붕샘이랑 얘기하다 별명도 생겼다.
도보도보 노선생이라고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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