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찰있는 문장, 유쾌한 표현, 읽으면서 깨닫게 되는,
이런, 뭔가 있는 글이 아니어도 된다.
그냥
오늘도 살아있다는 기척을 해주는 몇 마디면 된다.
한 단어도 괜찮고, 마침표 하나도 괜찮다.
그거면 된다.
뭐라도 써주면 좋겠다.
어려워하지 않으면 좋겠다.
당신이면 된다.
당신이 하는 이야기라면 뭐든지 좋다.


나는 이렇다고
일기를 쓰는, 일기를 쓰려는 벗님한테 말해주고 싶다.


벗님의 일기를 읽으면 그저 고맙고, 또 읽고 싶어서,
'벗님도 그렇겠지?' 하고
나도 뭐라도 하루에 하나는 남기려고 한다.


+

한편, 사실은, 부끄럽다.
일기를 쓴다는 게
나는 고작 이 정도인 걸
날마다 고백하는 것과 다름없다.
요만한 나라도 괜찮냐고 마음에 드냐고
오래오래 곁에 있어달라는 마음이
살그머니(라고 쓰고 '대놓고 떡하니' 라고 읽는다) 얹혀있다.



+

치열하게 잘 쓴 글을 읽고 오니 너무 부끄러워져서
나는 뭘 쓰고 뭘 위해 쓰고 있지, 왜 쓰고 있지, 싶다.

결론은, 없다 :-D
쓸모따위 없다 ㅋ
그래서 벗님한테도 '당신이 하는 이야기면 뭐든지 좋다' 하고 싶었다.

어디서 봤더라, 누군가 말하길
사랑하는 기쁨은 변주하는 고백이랬다.
그 비슷한 거라면
일기는 일기를 빙자한 데일리 고백이겠다 :-D
나를 움직이는 사랑과 움직이는 나에 대해,
쓰는 나와 읽는 나와 읽어주는 벗에게
날마다 변주해서 고백하는 기록의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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