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 없는 우리 도서관은 오후로 갈수록 찜질방스러워진다. 다행히 들어오자마자 숨도 못참고 튀어나가는 방이 아니라, 얼음이 반인 아이스커피 2L를 장착하면 그럭저럭 나쁘지 않게 뒹굴고 버틸 수 있을 것 같은, 은근하게 후덥한 찜질방. 문열고 나가서 시원한 곳에 가서 쉬면 또 들어올 수 있을 것 같은 방. 단, 나갈 데가 없는 것이 함정. 그나마 사방에 책이 있으니 좀 고급진 찜질방이다. 오늘도 예외가 아니다.

푹푹찌는 걸 알면서도 숨샘이랑 붕붕샘이 작업을 도와주러 왔다. 선풍기 하나 틀어놓고 내내 웃으면서 감응테이프랑 바코드를 엄청 붙여줬다. 어찌나 성실하고 열심인지 물도 한모금 안 마시고 한다. 다들 덥고 기진맥진하고 땀 뻘뻘 흘리면서, 되려 '이 더운데서 어쩌냐'고 나를 염려해준다.

"아, 샘들 어떻게 이렇게 천사일 수가 있어요!
너무 천사다! ㅠㅠ
샘들 여기 이렇게 있는거 보기만 해도
고맙고 가슴이 벅차요 ㅠㅠ"

우리는 가네코 후미코 얘기도 하고, 영화 내사랑 얘기도 하고, 붕붕샘이 좋아하는 에단 호크 얘기도 했다. 숨샘은 이제 바코드랑 청구기호는 눈감고도 붙이는 선수가 되어서 붕붕샘한테 시범을 보여주고, 나는 시범보이는 숨샘을 보면서 감탄하고 감격해서 기절초풍 ㅠㅠ 눈썰미 좋은 붕붕샘은 처음부터 보호필름 여백을 가로세로 딱딱 잘 맞추는데, 그걸 보고 나는 또 붕붕샘 굉장해서 기절초풍 ㅠㅠ

마칠 시간이 되어서는 화장실에 갔는데 팬티가 달라붙어서 잘 내려가지 앉는다. 머리 속도 다 젖었다. 간지러운게 심상치 않다. 엉덩이에 이어 머리속에도 곧 땀띠가 돋을 것 같다 (진지). 몸은 이지경이라도 기분이 썩 좋다. 찜질방 대용량 아이스커피처럼, 벗님이 찾아오고 책이 있고 책을 좋아해서 찾아오는 이용자들이 있다. 이 하루도 끝나간다. 온습도를 조절할 수는 없지만 마음을 다르게 먹을 수는 있는 거 아니겠어! (엉엉)

숨샘은 아쉽게도 먼저 가고 완샘 붕붕샘이랑 같이 맛있게 밥먹고, 서로 수고많았다고 토닥이고 웃으면서 돌아간다. 가는 길이 어스름이다. 이 시간 저 하늘이 너무 좋다. 걸어가면서 보고 있어서 너무 좋다. 끈적하고 후덥하지만 바람이 불어서 좋다. 집에 간다.


벗님들, 오늘도 너무 수고 많았어요.
덕분에 마냥 신이 나서 하루가 금방 갔어요.
고마워요.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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