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평시외버스터미널에서 증평기차역까지 1km 걸어가는 고 짧은 길에도, 잠시 멈추면 싸움질이다. 파란불 기다리는 사이에 발길질 주먹질이 세번 오가기 직전, 전운이 감도는 난동곰 형제의 등짝.


제천가는 기차를 타려고 10분 기다리는 사이에 또 싸우다가 엄마한테 등짝을 맞기 직전. 해맑은 형제 :-D



이 사진 찍고 나서
한결이 온유한테 똥침-> 온유 성내면서 주먹질 -> 한결이가 온유 발길질 -> 엄마가 한결이 혼냄 -> 한결이 삐짐


온유 엉덩이 까꿍​


온유 으르렁 괴물​


창 밖엔 그림같은 경치가 흘러가는데 기차를 타자마자 잠든 어린이들. 싸우느라 기운을 너무 썼다. 이넘들아 기차여행인데 왜 밖을 못 보니, 왜 밖을 못 보니 ㅠㅠ​



세상 평화롭고 조용하다.


제천에 도착했다.
증평역으로 돌아가는 기차는 세시간 후다.

일단 먹는다! 역 바로 앞에 있는 한마음시장에서 한접시에 오천원하는 모듬전이랑, 오천원 하는 따뜻한 묵밥이랑, 사천원 하는 메밀들깨칼국수를 배부르게 먹었다. 배추 잎사귀를 통채로 부친 메밀배추전이랑 썰어서 볶은 김치를 소로 넣은 메밀전병에 감격했다. 강원도 음식이다. 시장에서 강원도 음식을 이렇게 푸짐하고 저렴하게 먹을 수 있다니. 팥을 넣은 수수부꾸미도 간식으로 샀다. 와, 너무 좋다 제천 ㅠ_ㅠ

원래는 역에서 버스타고 20분 거리인 의림지에 가려고 했는데, 비가 많이 온다. 빗방울도 차고 바람도 차서, 한결이가 덜덜 떤다. 이 시간에 이렇게 많이 올 줄 몰랐고, 이렇게 추울 줄 몰랐다. 비는 좀 더 많이 왔으면 좋겠고, 우리는 비 와도 추워도 얼마든지 잘 놀 수 있다.

"놀이기구 타러 가자~~"
"놀이기구는 다음에 비 안올 때 와서 타자. 오늘은 너무 춥다 그치? 안 추운데서 놀면 좋겠는데 어디를 갈까 음.."
"그럼 방방타러 가자 엄마!"

실내 방방놀이터를 찾아봤다. 시내에 있고 가깝다. 버스 세정거장 거리다. 역시 제천도 애 키우면서 사는 곳이다. 땀 뻘뻘 흘리면서 두 시간 꽉 채워서 알차게 놀고 나왔다.


증평역으로 돌아가는 기차를 타러 들어온 제천역. 나는 한계단 한계단 힘겹게 올라가고, 어린이들은 계단을 뛰어올라 간다. '어이구 그렇게 뛰고 기운도 좋지' 하는데

"아하하하하!"

눈을 들어서 본 순간 이미 미끄러져 내려오고 있다 ㅠㅠ 짐 끌고 내려오는 이 긴 비탈을 그냥 넘어갈 리가 없다. 엄마가 소리소리 야단쳐도, 그러거나 말거나, 잘 미끄러지는 비탈에 난동곰 형제는 황홀하다.

"엄마 이거 봐봐! 등으로 타면 더 잘 타져!"

벌렁 누워서 다리를 위로 들고 타는 것도 보여준다 ㅠㅠ
버럭버럭 소리쳐서 간신히 세 번째 타는 건 말렸다.


등짝으로 미끄럼 탄 결과. 엄청난 뒷모습. 나는 이미 마음을 놓아버려서 부끄럽지 않은데 이 광경을 보는 남은 부끄러울 것 같은 뒷모습 ㅋㅋ


아홉살 여섯살, 아직은 난동 멍멍이의 시절이다. 엄마한테 혼날 때만 잠시 둘이 같은 편이다.


미끄럼틀로는 모자라서 바닥에서 목조르기 하면서 뒹군다. 우리 난동곰 형제한테는 온 세상의 바닥이 안방. 괜찮다. 다행히 주변에 사람이 많지 않다. 빨래는 세탁기가 해준다.


기차를 타기가 무섭게 온유는 고개를 (내가 조는 모습이랑 똑같이) 위 아래 양 옆으로 휘두르면서 곯아 떨어졌다. 한결이는 아빠한테 등짝 시커매진 뒷모습 사진을 자랑하면서 독수리 타법으로 카톡하고 ㅋㅋ


한시간 기차 타고 가서 밥먹고, 방방타고, 다시 기차타고 돌아온 게 전부다. 그래도 우리는 하루 종일 설레고 신났다. 낯선 곳에 가려고 나선 길, 낯선 길 위에 있는 것만으로도 엄청 흥분했다. 눈을 마주보면서 소리내어 많이 많이 웃고 떠들고, 틈 날 때마다 서로서로 이마에 뺨에 뽀뽀하고, 꼭 안아주고, 손을 잡고 걸었다. 온유도 쪽쪽새, 한결이도 쪽쪽새, 엄마도 쪽쪽새가 됐다. 주먹질 발길질도 어디 가지 않지만.


다음에도 아이들과 길을 떠날 테다. 같이 걷고, 웃고, 먹고, 논다. 사랑한다. 더 바랄 것이 없다. 아이들이 있어줘서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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